라이프로그


하고 싶은 것.


저녁을 먹으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그 날 오후에 나는 인터넷에서 김숙의 인터뷰를 읽었던 것 같다. 김숙은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 인터뷰 내용을 신랑에게 말해주다가 그럼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십대든, 오십대든, 설령 칠십대든 대학에 다시 들어가서 수학이나 물리를 전공하고 싶고, 금속 공예와 첼로도 꼭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신랑은 가구 만드는 것과 정원을 가꾸는 것 그리고 한식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렇게 살고 있을 거란 예감이 강력하게 든다. 속도는 상관없다. 우리는 잘 될 것이다. 캐나다에 온지 칠 개월째다. 신랑은 일터에서 인정받고 있고, 나는 여전히 온 몸의 세포에 집중하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뜀박질을 하다가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개를 쳐다본다.
캐나다로 오길 잘 한 것 같다. 나는 매일 행복하고, 같이 사는 사람덕에 많이 웃는다. 내가 그 덕분에 행복하듯, 그도 나 때문에 많이 웃고 행복하길 바란다. 


요즘 나는.

아홉시 반 신랑이 출근을 하면 나는 느릿느릿 옷을 갈아입고 아끼는 검정색 운동화를 신는다. 생일 때 신랑에게 받은 선물이다. 트레이닝복은 내 몸에 아주 딱 맞아서 엉덩이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는 아직 낯설어 자꾸 티셔츠를 밑으로 잡아당긴다. 한 시간정도 동네 공원에서 뛰고 걷다가 공원 근처 중국인이 운영하는... » 내용보기

우리의 첫 집

창문 하나가 깨진 쾌쾌한 여관방 같은 지하방을 보여준 중국인 건물주인은 엄지와 검지를 빠르게 비비며 일단 돈을 걸고 다른 집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약속시간을 한참이나 넘기고 나타난 캐나다 부부가 데리고 간 다락방은 또 어떠했나. 반 백년은 넘은 듯한 녹물자국이 화장실 벽 사방에 뚜렷하게 남아있었고, 폐허같은 이 곳에 뭘 믿고 이 집 주인들은 내일이라도 ... » 내용보기

모두 잘 살고있다. 나만 내 인생을 잘 살면 된다.

한국을 떠나기 전, 반년동안 엄마집에서 살았다.나와 내 부모를 위한 신랑의 배려였다.아빠는 신랑 덕분에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고, 수영장이 딸린 리조트에서 수영을 했고, 시뻘건 등만 내놓고 바다안을 돌아다녔다.나는 신랑에게 더 바랄 것이 없었다.성인 둘이 결혼을 했는데, 스무살에 온전히 독립한 신랑은 독립하지 못한 나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내 뒤에 딸린 ... » 내용보기

매일 아침

알람소리에 눈을 겨우 뜨고는 다시 몸을 반대로 누워 잔다. 오 분 후, 다시 알람이 울리고 나는 다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는다. 다섯 번 쯤 반복하고 나면, 이 짓을 더이상 하면 안 된다는 감이 선다. 더하면 지각이다. 몸뚱이를 무겁게 일으킨다. 거실로 나가 창 밖을 바라보며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한다. 반팔에 반바지 몇 명, 아우터를 ...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