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질 수 없어서 , 지금 그거 말고 있는거야? , 오사카


자다말고 소스라치게 놀란 허뚱이 건낸 말이다.
놀랄만도 하다.
빨래집게에 머리카락 걸어놓고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것을 절대 절대 보일 수 없다며,  미용실도 안 데려갔던 내가 머리카락들을 척척 말아올린 것도 모자라, 샤워캡까지 쓰고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멀뚱멀뚱 앉아있으니.

아무리 따뜻하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챙겨온 옷들이 너무 얇다.
그리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많이 시리다.
고로, 나는 매일 매일 첫 날 입고 온 옷들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숙소는 신사이바시와 가까웠다.
길게 뻗은 아케이드 속 상점들보다, 지나가는 여인들의 발그레한 볼과 곱게 빗고 정성껏 말아 손질한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얼굴에 " 나는 한국인입니다" 를 써놓았는지, 들어가는 식당마다 한글 메뉴판을 척척 가져다 주었다.
애국심이 여기서 불타오른다.
모든 한국 여성들이 나처럼 몽실이 앞머리를 하고 생기없는 얼굴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위해
나는 과도한 볼터치와 머리 말아 올리기로, 일본 여성들에게 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며칠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여행노트에는 "디즈니 스토어" 에 형광펜과 색연필로 별들을 그려 넣었고, 그것도 모자라 스티커까지 붙여놓았다.
읽을 줄도 모르면서, 디즈니 스토어만은 상점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써 넣었다.
못 찾으면, 택시라도 탈 기세였다.
대체 전화번호는 뭐하러 써넣은 것일까.



원래 쓸데없는 거 구경하는 게 제일 신나는 일이고, 쓸데없는 거 못 사는 것이 제일 아쉬운 법이다.
털썩 앉아서 허뚱 바지 가랑이 잡고 흔들며 조르고 싶었으나, 나이가 서른이다. 게다가 내가 누나다.



매일 아침 몰라보게 부어있던 얼굴과 일주일 내내 외면했던 뱃살에 한 몫한 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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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3/01/20 05: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20 13: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달콤한 나의도시 2013/01/21 10:43 # 답글

    자꾸 대담해지는 니 사진을 보기 힘들어.ㅋㅋㅋㅋㅋ

    나랑은 거리가 먼 디즈니스토어.
    니 사진을 통해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구나.
    아주 박셜리 천국이었겠네 싶다:)
  • 허니와 클로버 2013/01/21 12:28 #

    천국 천국 천국! 일주일동안 끙끙 앓다가 몇개를 추려낸 후 엄마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지만
    무민 과 스누피책 파우치를 데려왔어
    돌아오자마자 방에 쭉 늘어놓고 구경하고 있으니
    우리엄마 " 인물났다 인물"
  • HYANGDOL 2013/01/21 22:47 # 답글

    디즈니스토어에 갔다 빈손으로 나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ㅎㅎ
    저도 겨울에 디즈니랜드 갔을때 온갖 기념품 상점들을 다 구경하고 왔어요 -
  • 허니와 클로버 2013/01/21 23:01 #


    저는 도쿄갔을때도,
    이번에 디즈니스토어와 유니버셜스튜디오 갔을 때도,
    나 돈 많이 벌어서 꼭 갖고 싶은거 다 사야겠다, 고 다짐했어요.
    서른인 여성이 장난감에 정신팔려서 .. 그래도 절대 그냥 나올 수가 없었어요 ㅠㅠ
    향돌님도 이해해주시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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